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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화암사,,,,

by 치돌이 2012. 4. 15.

이른 아침부터 아들놈이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야구연습이 있다고 태우다 달라며 조르는 바람에

예전부터 가보려고 마음먹었던 완주 경천면의 화암사를 둘러볼 겸 등산화를 꺼내 신었습니다.

 

시내를 통과하여 전주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경천면까지 이르는 17번 국도는

지나는 차량들도 많지 않아 한산하니 시야가 시원스럽게 들어옵니다.

국카스텐의 CD를 넣고 볼륨을 높이니 엑셀을 밟은 발에 힘이 들어가게 합니다.

경천면 소재지를 조금 지나 주유소와 가든을 사이에 두고 우회전 하면 화엄사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진입하면서부터 화암사 입구 주차장까지는 겨우 차량 한 대 정도 다 닐 수 있는

소로여서 앞에서 오는 차량과 조우에 대비, 운전이 조심스럽습니다.

마지막 마을로 이어지는 길에 다다를 쯤 화엄사 푯말이 나오고 다시 우측으로

500여 미터 들어서면 화암사 주차장 입니다.

 

주차장으로 오르다가 계곡 옆으로 난 숲길이 너무 좋아 보여서 갓 길에 주차하고

배낭을 챙겨 걷기 시작 했습니다.

 

아침이어서 아직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차량은 두 대 주차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은 크고 널찍합니다.

 

화암사 초입,,,,,,,

빼곡 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들어서니 숲속의 맑은 기운이 몸속에 스미는 듯 합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싱그러운 공기와

졸졸졸....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무디어진 감성을 깨우며

도심에서 쌓인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듭니다.

 

 

 

 

 

 

 

 

 

 

계절은 또 다른 계절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나무들은 새잎을 틔우기 위해 서두르고 있고

여기저기 들꽃들도 피어나고 있습니다.

나무사이를 쏜살같이 비행하는 노란 꾀꼬리와 봄 빛을 따라 노닐고 있는 다람쥐,,,

이산 저산에서 짝을 부르는 새들의 노래 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을 깨트립니다.

 

 

 

 

 

 

 

 

 

 

 

 

 

 

 

계곡을 따라 화암사에 이르는 길은 원시 자연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은 공간입니다.

암벽사이로 난 바위 길과,,,돌길을 따라 마주하는 크고 작은 아기자기한 폭포들....

혼자 보고 느끼기엔 너무 아쉬움이 큽니다.

그 길에서 생각을 접고 한참을 머물러 있습니다.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안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 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채

 

그 절집 안으로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은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안도현 시인-

 

불명산 중턱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는 화암사,,,,,,

우화루의 투박함과 소박함이 한국적인 기품과 정감의 매력이 흠씬 느껴졌습니다.

극락전은 단청을 칠하지 않아 오히려 더 친근하고 멋스럽게 다가 왔습니다.   

 

 

 

 

 

 

 

 

 

 

 

 

 

 

 

 

 

 

화암사 풍경을 가슴으로 새기고

뒤쪽으로 나있는 임도를 따라 하산을 하였습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은 지금까지 가 본 임도 중에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며칠 지나 산벚나무가 만개할 때쯤이면  무릉도원을 걷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려오는 내내 계절의 생동감이 주는 충만한 행복감에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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