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문식이와 겅우가 모악산을 다녀와 뒤풀이 자리에서 지대로
산을 함 가보자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장성에 있는 백양사의 백암산에서 시작하여 정읍의 내장산을 넘어오면서 단풍구경도 하고
가을의 막바지를 함께 산에서 보내자는 거창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ㅋ
산행 전일 카톡으로 계획대로 추진할 것인지를 겅우에게 타진하자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정읍 산외에 있는 상두산으로 변경해야겠다며 꼬리를 내린다.
나 : “상두산 몆 미터인데”
겅우 : “575미터요”
나 : “에게”
겅우 : “산은 낮아도 주변을 한바퀴 돌면 빡시다던데요”
나 : “그래도 1000미터는 넘어야는거 아녀...ㅋㅋ"
겅우 : “잘못하면 죽어요 !“
나 : “켁"
별수없이 처음 계획은 무산되고 나보고 어느 산을 갈것인지 추천하라고 하여
고향에서 가까운 장수에 있는 팔공산으로 정했다.
초보들에게 백암산과 내장산을 종주한다는 것은 당연이 무리일거라 내 생각이 맞고 말았다...ㅠ
산행을 함께하기로 한 문식이는 아들 놈 휴가 나온다는 핑계(?)로 팔공산은 겅우와 둘이 했다.
전주에서 10시 10분에 출발하여 장수 산서 대성리에 도착하니 11시 30분
가방을 챙겨 메고 산행을 시작한다.
팔공산이 1,151미터로 1,000미터가 넘는 산이지만 주차 장소인 대성리 고도가 500미터이니
650여 미터만 더 오르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ㅎ
대성리에서 정상까지는 4.8,키로....짧은 거리는 아니다,,,-_-,,
산행 초입,,
조경수로 심어놓은 단풍나무--화사했던 잎들은 색을 잃고 말라가고 있다.
하늘은 점점 푸른 빛을 더해가고
공기는 더 투명해지는 것이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는 듯 하다.
완만한 산등성이 바위돌 사이에서
가녀리게 서있는 두그루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정상까지 거리는 있어도 길이 좋고 경사도 완만하니
산책하 듯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한발 한발 오른다.
앞서서 걷고 있는 겅우,,,,
고도가 높아지는 산 중턱에서부터는
잎은 지고 헐벗은 나무가지만 남아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계절이 가는 것이 아쉬운 듯
움직임도 없이 나무가지를 움켜 잡고 있다.
정상 바로 아래 경사가 급하지만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길이 걷는 맛이 색다르다.
정상이 다가서면 먼저 방송사 중계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에서 산을 보면 길이 없을 것 같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이 산에서 저 산으로...저 산에서 또 다른 산으로
끊임없이 길은 이어지고 있다는게 경이롭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경찰 무선 중계소,,
몇 걸음 옮기면 바로 정상인데,,,
정상에는 표지석이 없다.
건물 아래에는 벌써 서설이 내렸다...
정상 건물위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캔맥주와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마시는
따듯한 커피 한잔--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플라스틱 반찬통을 이용한 센스...
거센 비바람에도 자물쇠 녹이 슬 일은 없을 것 같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직원 1명이 일주일씩 돌아가면 근무했는데
지금은 무인 중계소,,,
헬기장에서 내려다 본 장수 읍내,,,,,
- 헬기장 -
정상에서 서구이 재로 내려가는 길의 산죽나무 군락,,
군데 군데 산죽나무가 유난히 많다.
장수읍네에서 서구이재로 오르는 길,,,
서구이재로 내려 오려다 산행이 좀 싱거운 것 같아
와룡 휴양림까지 가기로 한다.
겅우가 힘내라며 꺼내준 홍삼,,,ㅎ
낙엽으로 수북히 덮인 내리막 길--
2키로 거리를 미끄럼을 타다시피 하며 힘들게 휴양림에 도착,,
와룡 휴양림은 대대적인 공사중....
산행을 마치고 기력보충(?)을 위한 뒤풀이는
요사이 새로 밀고(?) 있는 '참새와 방앗간'
(둘이 갔는데,,,둘이 셋이 되더니 다섯이 되고 여섯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