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다니게 된지도 오래지 않은데 이제는 일요일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 해져 어느산으로 가야할 지 고민이 된다,,,,
지금 앓고 있는 몹쓸 중독에서 먼저 벗어나야 할 텐데 또 다른 중독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탓해보지만,,,,,-_-,,정리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예전에 진안에서 대전을 가려면 정천으로 해서 주천, 그리고 금산을 거쳐 대전을 다녔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그 길을 통과하다가 차창 밖으로 스치는 멋진 산이 보였는데 그 산이 구봉산이었다.
여러 개의 암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를 보면서 언젠가는 저 산에 올라야지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던 차에 집사람과 둘이서 아침을 먹고 아홉시에 전주에서 출발했다.
산 정상까지 3키로 정도이니 쉬엄쉬엄 간다 해도 시간 반이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3시간이 걸렸다)---
구봉산이란 이름에서 포스가 느껴지듯이 왜 구봉이었는지는 일봉에 올라서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 구봉산 안내도 -
양명 마을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킨 후 일봉을 향하여 출발하는 길--
초입에 시원스럽게 뻗은 포플러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국민학교 등하교 때면 신작로 길 옆으로
줄지어 서있던 포플러 나무는 나에게 추운 겨울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던
고마운 나무였음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카메라 테스트를 위하여 몇 장 찍어보는데 막 샷이라 사진이 신통치 않다.
1봉까지는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오솔길처럼 잘 닦여져 있고
중간에 자연스럽게 쌓여진 돌계단은 숲길을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
구봉산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해서 인지 많은 산악회에서
다녀간 흔적들을 나뭇가지에 남겨놓았다.
오늘도 주차장에는 각지에서 등산객을 태우고 온
버스가 서너 대 주차되어 있었다.
드디어 일봉에 이를 때 쯤 해서 가쁜 숨을 고르니
좌측으로 보이는 2봉 3봉이 눈에 들어오고 우측으로는 암벽에 멋지게 어울어 진
소나무와 함께 저 멀리 용담댐이 눈앞에 펼쳐진다.
1 봉에 오르니 뒤쪽으로 산속에 묻혀 있는
주천면 소재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앞쪽은 진안과 주천을 잇는 도로로 주차장과 작은 논과 밭들,,,
그리고 인삼의 주산지답게 검은 차양막이 드문드문 보인다.
나무 껍질처럼 위장하고 있는 곤충,,
봉을 하나하나 정복해 가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엉금엉금 오르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암벽이 많아
유격훈련을 해보지 않은 여자들에게는 힘겨운 산행이다.
여름 막바지 피에 굶주려 발악을 하는 산모기 들과도 싸워야 했다.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온몸에 뿌리고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뒷다리에 달짝 붙어서 피를 빨아 먹는 바람에 장딴지에 부상(?)을
입었는데 빨리 발견치 못했더라면 정상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왔을수도,,,ㅋㅋ
마침 뒤를 따라오던 집사람의 레이다에 걸려 그 모기는 피 터지는
처절한 죽음을 맞았다.
5봉을 가는 도중 휴식장소로 멋진 곳을 발견했다.
깍아지르는 절벽중간에 한 평 남짓 공간으로
저기 앉아서 가져온 음식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5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사이즈의 양명 양명저수지
우리 뒤를 따라 5봉에서 내려오고 있는 갱상도에서 오신 등산객,,,,
척박한 절벽 틈에서 자리 잡고 있지만 푸르름을 더욱 선명하게 내뿜고 있는
소나무,,,,
6봉을 정복하고,,,,,,,,7봉 8봉은 오르지 못했다....
등산지도로 찾아봐도 7,8봉 아래로 길이 나있는 걸 보면 아마 길이 없는 것 같다.
휴식 년제는 아닌 것 같고,,,암튼 6봉 이후 정상까지의 길과 이정표만 있다.
멀리서 봤을 때 정상을 오르는 길이 정면은 암벽이라 오르는 길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봉우리 뒤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좁은 길과 암벽을 바로 옆에 두고 철제계단으로 80여미터가
암벽 뒤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산행의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암벽에 붙은 이끼며 바위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원시의 숨결이 숨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철재 계단중간에서부터 구봉산 정상까지는 400여미터로 금방이면 가겠지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여기부터 진짜 난코스가 시작된다. 올랐다 싶었는데 다시 내려가 정상을 올라야 하는,,,
산행 초보자에게 그야말로 숨도 차고 다리도 풀리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만든다.
구봉산 정복의 대미답게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였다.
계단이 되어준 나무뿌리
구봉산 정상 표지석 인증샷,
흥건히 젖은 땀을 시원한 불어오는 바람에 씻어내리며 쌓인 피로를 날려보낸다.
정상에서 어렴풋이 바라보이는 마이산,,,,
선명하게 다가오는 용담댐,,,
돋보이는 자태의 소나무,,,,
우뚝 서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멋진 봉우리들,,,,,
하산하면서 올려다 본 정상,,,,,,,,
하산 끝자락에서 바라 본 구봉산,,,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시골집에 들러 2시간 동안 쪼그려 앉아
배추에 비료주는 일까지 마치고 나니 온몸이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버렸다,,,
체력이 바닥이 난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