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가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지리산을 오른다는 셀렘과 기대보다 더 큰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까닭이었으리라.
잠을 청해보려고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나서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정확히 4시10분.....영택兄의 전화를 받고 일어났다.
잠을 떨치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선다.
회사에 도착하여 차량 두 대로 어둠을 가르며 지리산으로 향했다.
진안-장수를 거쳐 통영고속도로에 진입, 산청 단성IC를
빠져나오니 어둠이 걷히고 날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국도를 20여키로 달려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4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7시 첫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등산객을 가득 실은 차는 이미 산을 향해 떠나고 있다.
주말이라 이용객이 많아 임의로 시간을 앞당긴 것 같았다.
버스 타는 입구에 베낭을 줄 세워 놓고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 한다.
버스를 타면 중산리에서 천왕봉 중간인 법계사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째 이런 일이'.....
구불구불 산길도로를 15분 오르던 버스가 종점이라며
내리고 보니 법계사가 아니고 환경교육원이다.
고프로 국립공원 직원과 통화에 분명 법계사까지 버스가
올라가는 것으로 계획하고 코스를 잡았다는데....법계사는 2.4키로 前이다
천왕봉까지는 4.4키로....'헐 대박' 나를 비롯한 서넛의 노약자
투정어린 한숨소리가 절로 나왔다......ㅜㅜ
하지만 어쩌겠는가.....산악회의 명예와 위엄을 생각해서는
뒤돌아 갈 수 없는 일...신발 끈을 조여 메고 법계사로 향해
발걸음을 힘차게 내 딛는다.
일단은 초입이어서인지 경사도 완만하니 힘들이지 않고
체력을 조절하며 맨 뒷줄에 서서 따라 오른다.
헌데 앞서가던 고프로 여느 때와 좀 다르게 뒤처지기 시작했다.
시작도 안했는데.....얼굴색이 노리끼리 때깔이 영 평소와 다르다.
물으니 ‘잠을 못자서인지 컨디션이 영~~~’ 말끝을 흐리는데
걱정에 ‘주님 좀 모시면 힘이 날까’ 은근 떠보니 주님은 아닌 것 같다.
걸음을 늦추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숲의 공기를 흠뻑 마시며
로타리 대피소에 당도하니 컨디션이 회복되는 듯
얼굴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법계사를 둘러보고 싶었으나 계획에 없던 시간을 허비(?)한 관계로
(박처사가 함께 했으면 들렀을 텐디.....)
아쉽지만 일주문 앞에서 인증 샷을 찍고 바로 천왕봉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돌길 계단 옆으로는 활짝 핀 쑥부쟁이 꽃들이
산객들을 반기 듯 보무도 당당하게 줄지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샘하듯 듬성듬성 보라색 용담(?)이 ‘나도 좀 봐주소’ 유혹하며
고개를 삐쭉 내 밀고 있는데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힐링의 꽃길은 정상까지 이어지고 산행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잊게 만들었다.
지리산 천왕봉을 앞동산 오르듯 백번 넘게 올랐다는
진주에 사는 아주머니의 거침없는 입담과 스킨십(?)으로
우리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산행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조우도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친절하게 떠주는 약수물을 떠주고 있는 아주머니...ㅎ)
고도 1500미터가 넘어 서니 부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반팔 반바지로는 찬 바람을 감당할 수가 없어 배낭에 있던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막바지 급경사 계단을 거친 숨을 참아가며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천왕봉 정상(1915m)이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백두대간의 마지막이자 시작점인 지리산의 최고봉---
가슴에 벅차오르는 희열과....주체할 수 뿌듯한 감정에 휩싸여
정상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장엄한 산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또 다른 세계에
와있는 듯한 착각도 불러 일으켰다.
예전 한라산 정상에서 느낀 감동이 오롯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지리산의 위엄을 자랑하는 듯 천왕봉 아래로 구름들은
바람 따라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백무동 계곡 골짜기의 운해는 새하얀 구름바다를 연출했다.
파도처럼 춤을 추듯 출렁이고 있는 구름 위에 배를 띄우고
노닐며 낚시하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다....-_-:::
장터목에 도착하니 12시.....4시간을 넘게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으니 딱 배가 고플 시간이다.
무겁게 짊어지고 온 막걸리로 꺼내 먼저 목을 축인 후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밥을 말아 맛있게 먹었다.
이제부터는 하산이다...장터목에서 중산리까지는 5.3키로
넉넉하게 3시간을 잡았는데....손 씻을 여유도 없이
내려오다 보니 2시간 반 만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청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으로 피곤한 몸을 추스리며
2시간 달려 전주에 도착하니 예상 계획대로 오후 6시다.
순창 한우골에서 주님을 모시며 한우 몸보신으로 마무리 한다.
‘베짱이 산악회, 이제 지리산을 품어 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슬로우건 아래 2017년.......청명한 가을을 택해 쉽지만 않은
지리산행을 무사히 함께 한 회원들......고맙고 감사^^::
‘담은 어디여, 설악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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