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우렁차게 울어 대던 매미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한데
이제 곧 서리도 내리고 얼음이 언다고 하니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선 듯 하다
두어 달 남은 달력을 넘겨보면서 올해도 다갔다는 생각에 ‘아~~~벌써’
왜 이리 시간은 빨리 흘러만 가는지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근래에 여기저기 이곳저곳 다니긴 했는데 사진을 찍는 것도 올리는 것도
귀찮아지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틀림없다.
좋아하던 낚시도 시들해지는 것 같고 계획했던 산엘 다녀오는 것도
맘 먹은 대로 되지 않은니,,,,,,,,
몸과 마음을 재부팅해야 할 기회를 가져봐야 할 것 같다.
10.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한라산을 다녀왔다.
한 달 전부터 배표가 있네,,없네...느린 배보다는 쾌속선을 타야하느니...
산행 코스와....꼭 들러야 할 맛 집까지.......
일정표까지 만들어 거창하게 준비해온 프로젝트(?)는
첫날 도로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날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만사가 그렇듯—모든 일은 막상 닥쳐봐야 아는 일...ㅠ
출발하는 날까지 아그들 처럼 들뜨게 만들고 기분 설레이게 하는 활력소가
되어준 것만으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장흥가는 길...
아침 9시 40분쯤 출발하여 호남 고속도로를 탔는데
광주에서 나주쪽으로 가면 될 것인데 목포까지 찍고 가는 센스...ㅋ
장흥에서 점심을 먹고 토요시장 구경...바로 밥집 앞에서 아주 우연하게도
군대 동료와 친적을 만난 일태 형,,,,‘오우 발이 넓네’
배시간을 맞추기 위해 억불산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는
편백숲 우드랜드에 들러 시간을 보냈다.
장흥 읍내에서 30여분 달려 도착한 노력항...
승선 준비를 마치고 부두 앞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캔맥주 한잔씩 하면서
배를 기다리지만 떠날 시간이 되어도 배가 들어오질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채 1시간이나 늦은 16시가 지나서야 출발하게 되었는데
설상가상...
2시간이면 도착하리라던 배가 3시간 반이 걸려서야 성산항에 도착하였다.
바람이 강해 속력을 낼수 없다는 방송을 들어 그려러니 했는데
내릴때쯤 승객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배의 프로펠라 하나가 고장이 나서 늦었다는 말을 들으니
'헐........어이가 없다'
저녁 8시가 다되어 도착한 성산항.....
선내에서 어찌어찌(?)하여 알게된 분과 일태형 지인의 차를 얻어타고서야
1시간여만에 제주항 인근에 있는 헨트카 회사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차를 빌려 일정에 있던 음식점에 전화하니
예약시간이 지나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ㅜㅜ...
저녁을 아직 먹지 못했는데 숙소에 들어가야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조바심에 모두들 약간씩 멘붕이 되어 휴대폰 검색에 들어갔다.
저녁을 기어이 먹고 들어가야한다는 일념(?)에 운이 좋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한 장소가 마침 맞게도 저녁에 먹으려던 흑돼지 거리였다.
입구 앞에 주차 후 쾌재를 부르며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음식점에서
삼겹살에 한잔하면서 첫날의 피로를 풀었다.
오겹살을 시켰는데...생각보다 고소한 감칠맛도 덜하고
고향에 가면 가끔씩 먹는 검은털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흑돼지만 못했다.
하지만 함께하는 동료가 있고 술이 있으니 이 어찌 맛을 논하겠는가..ㅎ
둘째날...
드뎌 여행의 목적이었던 한라산 등반
무릎이 근질근질...잠결에 박박 긁다가 도저히 근지러워서 깨어보니 아침 5시다.
모기가 언제 물고 튀었는지 살갗은 두어군데 퉁퉁 부어올라 있다 "아~~ㅅㅂㄹ"
이놈의 모기 잡아서 피를 반드시 되찾고야 말겠다며 욕을 해대며 투덜대고 있는데
언제 일어나서 준비했는지 영택형 밥상을 채리며 분주한 모습이다.
노인네가 될수록 잠이 없다는게 맞는 말인것도 같다..ㅎ
모두들 일찍 일어나 만든 참치찌게를 맛있게 먹고 성판악으로 향했다.
7시쯤 입구에서 모여 인증샷을 찍고 산행 시작을 시작했다.
성판악에서 진달래 밭 대피소까지는 거리는 다소 길지만
완만한 경사로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등산을 잘하지 못하는 나도 수월하게 올랐다.
하지만 마라톤까지 섭렵했던 문식이 솔밭대피소에서 힘들다며 한잔 하더만
얼굴까지 하얗게 떠서 혓바닥까지 내놓고 헉헉거리며 오르는데 측은한 마음까지..ㅋㅋ
하루도 빠질날 없이 주님을 모시니 당근 체력이 바닥일 수 밖에...ㅉ..ㅉ
체력은 국력인데....국가를 위해서
앞으로 우리 일주일에 3일만 주님을 모시세....ㅠ
진달래 대피소에 다가갈수록 세찬 바람과 안개는
밀려갔다 밀려오기를 반복했다.
반바지 반팔로 올랐는데 너무 추워서 잠바를 꺼내 입어야만 했다.
화장실을 다녀와서...대피소에 들러 1인에 2개씩만 파는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역시 컵라면은 추워야 제맛이다'...
박 처사의 한줄 면발 먹기 신공을 보니 침샘에서 절로 침이 솟는다..ㅋㅋ
한라산 정상을 앞두고 급경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나무 계단으로 잘 정비해 놓아 천천히 오르면서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한라산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가슴 벅차오르는 흥분을 느끼고
바람과 안개가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움직임에 자연의
경외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백록담....5시간여만에 오른..
생애 숙원(?)이었던 한라산 정상을 밟는 순간
"아~~~~~~왔노라..보았노라...느꼇노라"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동료들과 정신없이
자리를 바꿔가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안개에 숨어 보이지 않던 있던 백록담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인증 샷을 남기던..........그때
한라산의 정기를 제대로 받았는지 영택형 사진 박다가 만원을 줍는 횡재까지 얻었다. ㅜㅜ
거서 주은 돈으로 분명 뭔가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정상에서의 짜릿한 감흥에 젖어 그만 잊고 있었다.
이제라도 말을 꺼내봐야겠다....ㅎ 싸
구름위에 선 기분을 누가 알까나...
힘들지만 이맛에 산에 오르는 거 아니겠는가
"아~~~흐.....조으다"
험난한 하산길을 예상하지 못하고
여긴까진 좋았는데....ㅌㅌ
하산 길...
관음사를 향하여 조금 내려오자 백록담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는
수려한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길을 잠시 멈추고 앞 다투어 기암괴석을 배경삼아 사진으로 남긴다.
웅장하고 위엄이 느껴지는 바위 장벽은
안개에 휩싸인 채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싶은 듯
신비감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계곡의 다리를 건너고 산허리를 돌아 나오니 삼각봉이다
안개가 산을 감싸고 있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 한다
몽환적인 풍경을 눈앞에 두고서 잔디밭에 누워 피곤한 몸을
잠시 추수리면서 체력을 재충전....
영택형 한라산 까마귀의 찬조 출연으로
"사진이 살아있네"..ㅋㅋ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서 문식이 미쳐가고 있었다.
관음사가 다와 가는 것 같은데도 이정표를 보면 그 자리인 것 같고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지만 무거워진 발걸음은 천근만근......
등산화는 배가 고픈 듯 입까지 벌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ㅎㅎ
‘이 길의 끝은 도대체 어디메인고’..ㅜㅜ
다시는 이 길을 다시 올 일은 없을 거라는 문식의 한숨 섞인 투정이
아직도 귓가를 맴 도는 듯 하다.
셋째 날...
12시에 떠나려던 장흥항 배가 태풍으로 인해 결항이란다.
‘우찌 이런 일이’
모두들 또다시 멘붕이 왔지만 침착하고 용감하게도 난국을 헤쳐 나가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ㅋㅋ
‘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운성이도 가고..비행기로.....ㅠㅠ
(운성 처사 어쩔 수 없이 일행들을 남기고 떠나왔다는 죄책감에 酒님을 의지하다가
김제 모처 사찰에서 108배와 참회의 기도수행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는 후문이다...zz)
장흥행은 결항이나 완도는 17:50분에 출항이 가능하다기에
아침부터 대기표를 찾아 제주항을 어슬렁거리다가 인근 길가에 자리를 펴고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했다,
바쁜이는 떠나고 남겨진 떨거지들(오늘 못가면 내일가면 되지),,,,멀리 하늘높이
떠가는 비행기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제주항의 이국적인 풍경을 위안삼아 사진이라도 남긴다....ㅌㅌ
승선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마침맞게도 용두암 주변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어 해변길을 따라 둘러보는 여유까지 생겼다.
완도행 배는 두시간여 만에 정확하게 8시에 완도에 도착했다.
완도에서 픽업을 기다리던 일태형 친지의 도움으로 장흥항 주차장에 들려
차를 회수, 12시쯤 전주에 무사히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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