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잘 계시지요?
올 봄부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여름학기 시작과 함께 너무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이제서야 보내드리게 되었네요.
지난 4월 19일에 오클라호마 정부청서 폭탄테러가 있었던 날이었어요. 그날 같이 공부하는 어학원 학생들과 행사장에 방문했었습니다. 그 폭탄테러는 1995년 4월 19일 09:02에 발생했다고 해요.
사진을 보시면 잔잔히흐르는 물이 있고, 그 시작과 끝 지점에커다란 대리석 문이 있습니다. 그 문에 각각 시간이 적혀있는데,시작 지점의 문에는 09:01이라 적혀있고, 끝 지점의 문에는 09:03이라 적혀있습니다.
그것은 09:01 이전을 의미하면서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전을 의미하고, 09:03 이후에는 폭탄 터진 이후를 의미하면서 그 순간 공포로부터 희망을 일구어낸 새롭게 변화한 그들의 역사를 기리는 것이랍니다.
그 두 대리석 문 사이에 잔잔히흐르는 물은 폭탄테러로 인한 상처를달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당시의 현장을 보면서 오클라호마 사람들에게는 그 폭탄 테러가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동시에 회복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기념행사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 있어서 상당히 의미있는 날이었습니다.
다음은 5월에 해마다 봄에 개최하는 예술행사랍니다. 지역 수공예품 예술가부터 전문 예술가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전시를 하고 자신의 작품들을 파는 행사입니다.
저는 이곳에 와서 이렇게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모여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워낙 땅덩이가 크다 보니 왠만해서는 사람들이 붐빈다는 느낌이 없는데 말이죠. 공연도 있었는데,
전문 가수들이 노래하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자신이 원하면 신청해서 스케줄에 맞춰서 노래한다고 하네요.
다음은 5월 말에 오클라호마 소 경매 시장을 갔습니다. 이곳은 초원지대여서 목장이 많은 곳이거든요.
역시 소 경매시장이다 보니 근처에 역대 대통령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꼭 들려서 식사를 한다는 유명한 소 스테이크
집이 있더군요. 당연히 그 식당을 방문해주었는데, 메뉴에 대통령의 스테이크라는 메뉴가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는 않았지만 저는 그냥 가정식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고기가 연하고 맛있어서
맥도날드과 비교할 수 없더군요. 이곳에 오기전에 저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유명하고 맛있은 집이라 짐작했었는데요,
워낙 유명하잖아요. 코카콜라처럼,,,,,하지만 맥도날드는 약간 싸구려 집 느낌이구요, 맛있고 좋은 햄버거
집이 꽤 있습니다. 물론 인스턴트 음식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미국 음식이 모두 인스턴트인 것 같습니다.
미국문화 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음식문화인 것 같습니다.
다음은 7월말 입니다. 6월과 7월은 저에게 완전 정신 없는 달이었거든요. 잠시 바람 쐬러 갈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처음 시작하는 미국 대학원 생활이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럭저럭 잘 꾸려 나갔습니다….한국말로도 쓰고 읽기도 힘든 것을 영어로 쓰고 읽으려니 진짜 흰 머리가 엄청 늘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시작하긴 했지만 역시 세상엔 만만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7월 말에 홈스테이 가족 교회에서 공연이 있었습니다. 저도 시간이 날 때면 아주머니 따라가서 성가대 노래 연습을 하곤 했는데요.
제가 현정이한테 성가대에서 노래 연습한다니까 립싱크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약간 그러기도 했어요,,,,호호호,,,,그 성가대에서 1960년대 문화 코드를 가지고 공연을 기획하고 했습니다. 진짜 대단했어요.
모두들 그냥 평범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마츄어들인데도 어찌나 무대 매너가 좋던지 역시 이 사람들은 자기 표현에는 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습도 매일 만나서 한 것이 아니라 고작 한달 정도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연습을 한 것 같은데 정말 완벽했어요. 제 생각에는 각자에게 역할이 주어지면 그 역할에 대해서는 각 개인의 책임으로 연습하고, 모여서는 함께 맞춰보는 수준인 것 같더라고요.
저도 한국에 있을 때 성가대 활동도 해보았지만, 참 신기했어요…….미국인들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독립적”이라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이들은 각각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상호간에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습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이런 식으로요. 여하튼이 사람들은 겪어 보면 겪어 볼수록 참 신기한 면이 있습니다.
드디어 8월입니다,,,,,,,8월 여름학기가 끝나고 잠시 짬이 나서 학교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학교 건물 이름은 “Human Environmental Science”
'인간 환경 과학' 뭐 이런 뜻이예요,,,,흐흐흐,,,,,,사진에 제 모습이 상당히 뚱뚱하고 숏다리로 나온 듯하여 보내드리지 말까 생각했으나 다른 사진은 더 이상해서 그냥 선택했어요,,,,호호호,,,,
저희 학교는 제가 공부했던 어학원이 있던 대학교보다 거의 2배 정도 더 큰 것 같아요. 도서관은 정말 판타스틱하답니다. 너무 만족스러워요. 그전 어학원이 있던 대학교 도서관은 우리 전주 시립도서관만 했거든요.
제가 공부하는 과에는 유학생이 저 혼자랍니다. 조금은 힘들고 속상한 일들도 가끔씩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이랑 서로 대화하고 제가 영어로 제 의견을 발표할 때면 저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합니다.
원어민들이 들을 때는 얼렁뚱땅 영어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이 저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하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입니다,,,,하하하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대초원 오클라호마에 산이 있다고 해서 1시간 30분 정도 운전해서 간 위치타 산입니다. 그곳에 가니 진짜 이 곳이 넓긴 넓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사방팔방이 지평선이더라구요……우리는 지평선이 희귀해서 김제에서는 지평선 축제도 하는데 말이죠?! 헤헤헤,,,,,
간만에 상쾌한 콧바람을 쐬니 기분 좋았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저는 이곳에서 씩씩하게 코 큰 사람들 틈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런 장문의 편지를 쓰기는 어렵겠지만,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클라호마에서 세령이가,,,,,,,,,,,,,,
9.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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